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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의식의 의식화

“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는다면, 무의식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. 우리는 그런 것을 두고, 바로 ‘운명’이라 부른다.” -칼 융-
‘나는 누구인가?’ 에 대한 질문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.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서입니다. 흔히 우리의 무의식은 빙산에 비유되곤 합니다. 수면 아래 잠겨 있는 무의식은 수면 위에 드러난 의식보다 크고 깊습니다. 프로이드는 그 무의식에 수치스러운 기억, 허용되는 않는 성적 본능, 이기적 욕구, 폭력적 동기 등이 숨어 있다고 봤습니다. 융은 개인의 무의식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집단무의식이 개인의 무의식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어요.
심리학을 공부하며, 아이들을 양육하며, 상담을 진행하며 느낀 건 변화의 주체는 결국 ‘나 자신’이라는 점입니다. 하지만 그토록 원하는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무의식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. 자신의 무의식에 접촉하려 시도하는 건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. 그럼에도 진짜 나와 마주보려 한다는 건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. 그리고 그 자체로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. 자기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. 자기이해를 확장하는 사람은 무의식적인 행동을 의식적인 결정으로 바꾸어 나갑니다. 무의식적 반응으로 표출되는 감정을 인식하고, 조절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되어 갈 수 있어요.
쉽지 않은 길입니다. 쉽지 않은 길인만큼 가치 있는 길입니다.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변화를 촉진하는 유일한 길입니다. 한 사람의 변화는 반드시 그 사람 주변의 변화를 가져옵니다. 그러니 나와 한번 마주볼 용기를 내보시길 바랍니다. 혼자서는 용기가 잘 생기지 않지만, 나와 마주보는 길을 걷고 있는 한 사람이 함께 하면 용기가 생깁니다. 그 한 사람이 되어 드리고 싶어요.
통통 튀는 매력이 있던 제 내담자가 상담이 종결된 후 저에게 준 편지의 한 부분을 공유합니다. 앞으로 상담하면서 제 마음 안에 오래 담아두고 싶은 말입니다.
“무기력한 친구의 상태와 같아지는 것은 인간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성육신이다.”